Lab80의 5명 멤버가 5주간에 걸쳐 생생하게 기록한 샌프란시스코 출장일기입니다. 시리즈 전체보기.

감정의 롤러코스터

놀랍도록 감정기복이 잦은 요즘입니다. 하루는 팀의 성과와 DIY 투자자 커뮤니티에서의 좋은 반응에 자랑스러워 하다가, 다음날은 레딧에 제때 답글을 달아주는 일에 지치고 라이브 서비스나 데이터에서 발생하는 에러에서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바지만, 지난 성과에 취해 안주할 시간 따윈 없다고나 할까요. 언제나 신경을 써주고 관리해야만 합니다. 실무룩

이런 스트레스 때문에, 예정된 금요일보다 앞선 수요일에 릴리즈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몰아치듯 일했습니다.

이번 릴리즈는 레딧 투자자 커뮤니티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서비스를 업데이트하기로 되어있었습니다. 그런데 데이터와 팀워크 부분에서의 마찰로 수-목-금을 모두 힘들고 긴 회의를 하는 데에 소모해버렸던 것입니다. 결국 일요일에 릴리즈를 마무리지을 수 있었지만, 역시 이번 주말에도 쉬지는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쉬어 본 것이 언제였던가 모르겠습니다.

술과 마약이 필요없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저번주가 오썸하셨던지라 이번주는 힘든 한주가 될거라 예상은 했다. 근데 정말 질질질 헉헉헉 힘든 한주였고 일요일 밤에 릴리즈를 겨우 했다. 으아아! 자야지!! 하는 순간… 아… 이번주 일기 써야하는구나(..) 하고 자리에 돌아왔다. 팀원들에게 일기를 제때 쓰자고 강요하는 사람이 나인지라 감히 안쓰고 잘 수가 없다. 밤 11시다. 자정 전에 릴리즈를 하다니, 그걸로도 기쁘다. 냐하하.

스타트업을 하면 술이나 약물같은게 필요없다, 하도 업다운이 심해서. 저렴하지 아니한가!

상황 요약

이번주 상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지난주에 해커뉴스와 레딧의 힘으로 사용자를 조금 확보하고 났더니 1) 펀드 데이터 관리에 대한 이슈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었고, 2) 온라인 커뮤니티의 지지를 업고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을 다함께 하게 되면서 3)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프로덕트 헌트 등 다음 단계의 홍보 채널에 얼른 올려보자, 라고 구슬려주기 시작했다.

데이터 이슈를 몇개 해결하려다 보니 “코딩 부채”와 비슷한 “데이터 부채” 및 “데이터 관리에 관한 소통의 부채”를 많이 갚아야만 했고, 레딧 커뮤니티에서 신망을 얻는 모 대인배가 조언해준 기능을 구현하자는 의욕이 충만하여 코딩할것이 꽤 많았으며, 앞으로 좀더 눈에 띄는곳에 홍보 하기 위해, 또 커뮤니티의 가치관에 맞추기 위해 홈페이지 디자인까지 업데이트 하게 되었다. 결론은 주말이 전혀 없이 딱 일요일 밤에 겨우 릴리즈하고 뻗었고, 너무 피곤하다. 그래도 할건 다 했으니 토닥토닥.

사후 고찰

자 그럼 실황중계는 여기서 마감하고 지금부턴 고찰에 들어가 보겠다.

전같으면, 아님 하다못해 내가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다면 말이지… 디자인 코딩 테스팅 헉헉헉 겨우겨우 릴리즈가 끝났으니까 잠깐이라도 해방감을 느끼고 자러 갈 수가 있었을 거다. 근데 우리 팀에서는 마케팅마저도 내 담당이기 때문에, 릴리즈가 끝나는 순간 일이 또 시작이 되는거다. 하다못해 이번 버전을 요약하는 짤방(..)도 하나 쪄서 팀에 보내고 페북에도 올려야 하고, 우리한테 이런 기능을 넣으라고 조언해준 레딧의 모 대인배에게도 사이트 업데이트 했다는 연락을 해야 하며, 사용 분석 analytics 을 위한 instrumentation 부분 보충 필요한 것들 체크하고, 뭣보다… 이제 다시 트래픽과 사용자 확보를 위한 작전을 짜야 한다!

눈치있는 분들이라면 이미 감 잡으셨을거다. 내가 디자인하고 코딩하는 동안은 마케팅 그런 거 없다. 방문자와 등록 사용자 수도 팍 줄어든다. 그리고 나는 휴식, 그런 거 없다. 디자이너로서 역할이 끝나는 순간 못하고 있던 마케터와 고객담당 일들이 팍팍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파운더로서 살다 보니 여러 역할을 해야 하고, 일단은 패럴렐이 어려우니까 시리얼로 하고 있는데, 이모자 저모자 계속 바꿔쓰다 보니 머리가 해를 볼 날이 없다. 즉 탈모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도와줄 분들이 앞으로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연락주오.)

Accountability

“데이터 부채” 및 “데이터 관리에 관한 소통의 부채” 때문에 팀 전체가 계속하여 고생중이고 이번주에는 정점을 한번 찍었는데, 이에 관해 생각을 하면서 가장 많이 머릿속에 맴돈 단어, 우리가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accountability이다. 책임감(Responsibility)과는 살짝 다른 의미인데 한국어로는 정확히 무슨 단어를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 워낙 대기업이나 정치 등에서 남용되는 말이라 그 의미를 느끼기가 쉽지 않은데, 어느 집단이든 이거 없으면 망한다.

아무리 미니멀하더라도 서비스가 세상에 런칭되어 돌아가고, 아무리 적어도 사용자가 생기면 진짜 문제가 생기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을 해야 한다. 문제를 맞닥뜨리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불편”한 일이다. 불편한 것을 못 이겨낸다면, 문제가 있을 때 일단 문제의 존재에 대한 인정 자체도 하지 어렵고, 그에 대한 소통도 이뤄지지 않는다.

불편한 상황을 대할 줄 아는 심리상태를 갖춘 사람이 책임을 질 수 있고, 팀원으로서도 의존할 수가 있다. 이게 없다면 누군가 대신 책임을 져줄 “윗사람”이 꼭 있어야만 한다. 즉, 심리적으로 불편한 상황에 잘 대처할 줄을 모른다면 독립적으로 자기 영역을 가진 팀원으로, 책임을 진 역할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 팀의 각 멤버들도 그것을 배워나가느라 강도높은 자기연마의 시간을 보내고 있고, 이번주엔 특히 다함께 고생을 좀 했다.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을 평할 때 “비타민같은 서비스”와 “진통제같은 서비스”라는 말을 자주 쓴다. 사람에게도 해당되는 말인 것 같다. 다 비타민같지 않고, 다 진통제같지가 않다. 우리 팀 입장에서는 둘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이 물론 제일 좋지만, 진통제의 역할은 필수이고, 비타민의 역할은 선택사항이다. 앞으로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할 때 이런 점을 꼭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 우호적인 상황일 때 스스로를 어떻게 확장하는가에 대한 테스트
  • 또 스트레스 받는 불편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대한 테스트

둘 다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면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얼마전 놀공발전소의 애련공 피터공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위적으로 사람들을 적대적인 상황에 몰아 넣은 후 낙오자를 가려내는 교육방식을 선호하는 분들이 많아서 우려된다고.

정답을 모르는 질문을 받는 것, 자기가 한 것에 대한 비평 비판과는 다르다! 비판과는! 을 소화하는 것 까지는 우리도 테스트를 잘 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좀 더 나아가서 자기가 실수를 했을 때 어떻게 소통을 하나, 아니면 정말 비판을 받거나 좀 더 적대적인 상황일 때 대처하는 부분도 테스트가 필요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걸 비인간적으로나 일괄적으로 테스트 하는 게 아니라 개개인에 대해 분별력 있게 행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다.

스타트업은 HR에 살고 HR에 죽는다. 사람을 평가할 때는 특정 스킬보다 심리적인 균형과 성숙에 포커스를 두어야 겠다는 걸 갈수록 깨닫고 있다.

Simple Human Conditions

릴리즈 몇시간 전, 이런 생각들로 머리도 아프고, 테스트와 코딩 할일도 많고 피곤한 와중인데, 사무실 겸 집에 쌀과 김치가 떨어져서(..) 한국장을 보고 왔다. 나가는 김에 승리님과 마이클과 셋이 중국식당 가서 맛있는 clay pot도 먹고, 오는길에 유명한 Mitchell’s Ice Cream 가게에 들러서 두가지 맛을 한통씩 사오기까지 했다. 웃기는 말이지만 일단 집에 와서 쌀통을 채워놓고 나니 훨씬 내 생각이 밝아진다. 기본적인 건강을 챙길 것,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것.

도망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3주가 지났다. 3달 같은 3주였다. 샌프란시스코 원주민들 틈에 섞이려고 꽤 노력을 했고, 똑똑하고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앤젤핵에서 만난 한 여자애는 알고보니 해커톤 킬러였다. 매주 해커톤을 가고 거의 반 정도에서 수상을 하고 다녔다. 밋업에서 만난 한 남자애는 개발과 디자인을 둘다 꽤 하고, 해커톤에서 심판의 눈에 띄어 취업비자를 받아 모질라에서 일하고 있었다. 같은 밋업에서 만난 다른 여자애는 이번주 Y-combinator 해커톤에서 3등을 차지했다. 다들 쟁쟁하고, 게다가 아직 어리다.

반면에, 나는 7달이 되도록 일일 주가 업데이트 기능을 마무리 짓지 못해 끙끙대고 있다. 거기에 세가지 방면에서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겪고 있다. 제때 제때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아 팀 능률에 기여하지 못하고, 간결한 요약을 통한 빠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하고, 그리고 영어가 아직 부족해 원어민들과 어울리는 것이 가끔 힘들다.

영어 스피킹이 되고, 코딩을 하는 경영학 학사는 그래도 한국에서 먹어줬는데… 여기서는 그냥 그런 수준이다.

좋은 점은 아직 내가 지쳐 쓰러지지 않았고, 도망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기에, 이렇게 뛰어넘어야 하는 벽을 발견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이러한 좌절들은 결국 ‘반드시 해야 할일 리스트’로 승화되어 보다 나은 나에 기여할 것이다. 코딩 공부하기, 풀 스택 프로그래머 되기,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 능력 기르기… 벌써부터 리스트가 길어진다.

{효율적으로 + 투명하게} x N

이번주에는 많은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 움츠렸던 내가 기지개를 펴는 것 같기도 하고..

항상 무슨 일을 하든지간에 열심히만 하자는 나의 신조는 ‘효율적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어쩐지 우리 과 교수님들(그리고 몇 명의 영문과 교수님들도) 출석체크도 하나도 안하면서, 학생들에게 “수업에 지각도 안하고 한 학기 내내 듣던 학생보다 지각이나 결석은 몇 번 했지만 수업의 핵심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다면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것이고 그 학생이 좋은 점수를 가져가는 것이 더 일리가 있다.”고 말씀을 하셨다. 예전에는 그것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 의도가 이해가 간다.

아무튼 이번 주에는 나는 많은 교훈들을 찾았다. 항상 무슨일을 하든지간에 transparent해야 하고,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그 일들에서 뭐가 중요하고 뭐가 중요하지 않은지, ‘왜’ 중요하고 ‘왜’ 중요하지 않은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선순위를 정할 때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경청해야 하고 협상도 해야 한다.

그리고 열심히 일하고 완벽해지는 것 보다는 효율적으로 열심히 일하고 또 위기대처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 ‘위기대처능력’은 Lab80 첫 인터뷰 때도 명심하고 있던 건데 새삼 다시 그 중요성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이 모든 교훈들은 이번 해에서 가장 큰 교훈이 될 것 같다. 더불어 내 인생에 있어서도 계속..ㅜㅜ

과외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많이 느끼는 거지만 항상 좋은 말이나 충고를 해줘도 아이들은 금방 까먹는다. 잘하면 그 다음날까지 기억할테고, 보통은 그 당일에 자는 순간 까먹는단다. 하지만 그 똑같은 말을 두 번, 세 번, 다섯 번, 열 번 반복해주면 머릿 속에 각인이 되어 실천으로 옮길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봐왔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좋은 교훈들을 얻어도 내가 그것을 fully 받아들이지 않고 넘겨 버린다면 그것은 교훈이 아니라 그냥 잡담으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여 이렇게 적어두고, 두고두고 되새긴다면 내 인생의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 나는 선생님이니 아이들이 까먹어도 다정다감하게 다시 일깨워 주지만 대학 그리고 사회는 그렇지 않다. 스스로 받아들이고 내면화하고 그것을 순간순간 발휘해야 해야 할 것이다.

의식의 흐름 주의

이번주 일기는 아주 캐주얼하고 자유롭게 쓸 예정이다.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잡다한 생각들을 모두 담아내야지.

아주 바빴지만 동시에 외로운 한주였다. 샌프란에서의 시간들이 끝나간다는 것을 깨달을때마다, 최대한 더 많은 것들을 이루고 싶다는 기분이 든다. 가족처럼 친근한 사람들과 함께 작은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점이 일단 제일 맘에 든다.

동시에 단점도 있는데, 네트워킹을 하기에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다. 준희의 친구 발렌틴 덕분에 모질라에 방문했을 때, 약간 질투를 느꼇다. 단순히 좋은 위치나 멋진 사무실 풍경때문이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 수 때문이었다. 모두 우리처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고 있었고, 또 즐거워 보였다. 난 그동안 큰 회사에 일하는 사람들은 관료제나 사내 정치에 시달려 그다지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왔는데, 오늘 회사에서 실제 분위기를 보고 느끼고 나니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들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과 가까워지니 네트워킹에도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러웠다.

내 상황은 좀 다르다. 징징주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많은 이벤트들을 열심히 찾아다녀야 하고, 생각보다 이 과정이 그리 쉽지는 않다. 개발자로서의 책임감이 커져갈 수록, 더 많은 성과를 내고 더 넓은 부분을 책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상황에서, 현재 프로젝트와 큰 관련이 없는 테크 행사들을 찾아다니는 것은 꽤 피곤한 일이다. 제법 활동적이고 뻔뻔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를 알아보고 참가하는 것은 꽤 지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딱 한달만 머문다는 것과, 위험한 동네에 산다는 것이 상황을 더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주말동안, 지난 3주 동안 이룬 것에 대해 만족하는지 생각해보았다. 충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갔었어야 하는 몇몇 행사들을 놓쳤다. 노력도 꽤 했다. 이런 저런 밋업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고,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곳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다. 근처에 있는 코넬 친구들을 만나는 편이 더 쉽겠지만, 군 제대 후 이니만큼 컴포트 존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맞겠다 싶었다. 그동안 겨우 몇명의 친구들을 사귄 것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외롭고 불편한 이 상황에서 노력하고 있는 것은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해야 할 일도 있다. 평소보다 길었던 데일리 싱크 때문에 더 바빴던 한 주였다. 데일리 싱크는 데이터와 팀 의사소통 방식에 있는 몇몇 문제들로 인해 길어졌었다. 모두가 실망하는 것이 눈에 보였고, 같은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이런 토론을 통해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숙할 수 있는 점은 바람직하다. 다음에 Lab80에 다시 돌아왔을 때, 어떤 점들이 또 변하고 성숙해져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