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80의 5명 멤버가 5주간에 걸쳐 생생하게 기록한 샌프란시스코 출장일기입니다. 시리즈 전체보기.

Back in Stateside

서울이 약간 그립지만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와 기쁘군요. 푹푹 찌는 서울을 떠나와 맑고 선선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Fort Funston의 해변을 달리니 정말 이제 샌프란시스코에 있구나 하는 실감이 납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이렇게 한번에 많은 팀원을 데려오는 것은 처음인데, 기원의 꼼꼼한 계획 덕분에 놀랄정도로 별 문제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새로운 사무실도 5명이 일하기에 아주 충분하군요. 내일 저녁 릴리즈 일정이 잡혀있어 벌써 스트레스가. 흐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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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넘는 CTO

I’m Grateful

비행기표며, 숙박이며, 하다못해 팀원까지! 급하게 준비하게 되었는데 모든 부분들이 다행히도 딱 맞아 떨어졌달까. 다행이고 신기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들 서로 배려하고 도우면서 열심히 지내려고 하는 것이 보인다는 점에서 감사함을 느낀다… 라고 써놓고 보니 아직 일주일밖에 안되었구나(..) 하지만 단체여행 가 본 사람들은 알거다. 파탄 날 그룹들은 일주일이면 이미 파탄이 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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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먹는 것 위주로 협력...

I’m Proud

왜 지금의 상황이 은근히 자랑스러운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 2년이 넘게 함께하고 있는 준희님이나, 서로 만난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합류하게 된 승리님까지 – 우리 다섯명 모두, ‘이사람들과 함께 샌프란에 가겠다’고 서로에게 베팅을 한 셈이고, 난 바로 우리 모두의 사람 보는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는것이 자랑스러운 것이다. 마치 나와 마이클이라는 두 파운더들 맘대로 판을 짠 것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다섯명 모두가 서로에게 베팅을 하고 있는 N-to-N (정확히는 5-to-5) 의 상황이라 보는게 맞다.

그리고 사람 보는 안목이 괜찮다면 다른 안목이 괜찮을 확률이 좀 높다고 나는 생각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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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이 5주간 서로에게 베팅할 장소

I’m Hungry

그래봤자 아직 우리가 필요로 하는 개발쪽 사람도 모자르고… 현재 팀이 완전한 상태라 말할 수는 전혀 없다 (어차피 스타트업에 완전체라는건 없잖아). 게다가 완전하진 못해도 일단 이정도로 잘 맞아떨어지는 팀을 구성하게 되었는데, 두명이나 인턴인지라 곧 종료된다는것이 안타깝기도 하다. 잠깐 찰나의 맛만 본것 같달까.

여기서 팀이라는 게, 스타트업이란게, 나나 마이클이 친구 사귀고 놀러 다니려고 만든 것은 아니란 것을 다시 짚고 넘어가자. 뻔한 얘기 같지만 투자자, 정부, 조합원 돈으로 교내 클럽활동같은 느낌을 내다 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이 상황에 굳이 말하자면: 성취하고 싶은게 있어서, 내손으로 세상에 만들어 내고 싶은 작은 변화가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을 하는것이고. 그 변화를 함께 만들어나갈 사람, 과정과 결과를 공유할 사람, 그 사람들의 에너지, 크고작은 영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팀을 만드는 것이다.

IDEO같은 경우도 그렇고 마치 팀이 먼저 있고 나서 아이디어나 사업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는 구전문학(..)이나 스타트업 신화(..)가 적지 않지만, 나는 아이디어랄까 비전이랄까, 일종의 ‘욕구’가 팀을 훨씬 선행한다고 믿는 쪽이다. 오히려 이런 욕구나 아이디어가 사람들을 조종하는 걸지도 모른다. (비슷한 관점인데, ‘기술’이 인류와 문명을 조종하고 있다는 가설을 다룬 <What Technology Wants> 라는 책이 재미있다고 한다)

오늘의 결론인즉슨, 우리는 만들어내고 싶은 변화가 있고, 사업 형태로 그걸 풀기로 작심을 하였고,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우리 ‘팀’이라는 것은 사업체로서 존재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즉, 사업과 변화에 관한 계획이나 진도가 더 확연하게 나와야 이런 다섯명짜리 팀 – 나아가 여섯명 일곱명짜리 팀 – 을 지속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여름동안 잠깐 맛을 보게 된 나는 행운아이다. 우리가 페이스북에 올리는 사진들이 남들 보기에 때깔이(?) 나서 행운이 아니라, 찰나의 맛을 본 덕에 더 원하게 되었으니 행운아인 것이다.

Only the Strong Survive? Nope. Survivor Is Strong.

현지화. 이번 샌프란시스코 방문의 개인적인 목표였다.

아주 샌프란시스코다운 경험을 하고, 그러한 사람들과 만나서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주요 이벤트들을 찾아보니 이번주에 파이썬 개발자 모임과 앤젤핵 해커톤이 있었다. 내 실력에 감히? 가도 될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후회하는 것보다 실패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앞뒤 생각 안 하고 (괜찮아 어차피 나 기억 못할거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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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썬 모임 ㅎ

예상과 달리, 파이썬 모임에는 파이썬이 first language인 사람보다 second, third인 사람이 더 많았다. 심지어 파이썬을 쓰지 않는 사람도 있었고, 나아가서 코딩과는 상관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눈은 주저함 대신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한 인도 사람이었다. 난 처음에 그 사람이 내 옆자리 개발자와 파이썬으로 뉴스피드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나 Django admin 의 확장성에 대해서 이야기 하길래 같은 개발자인줄 알았었는데, 말을 걸고 보니 개발에는 문외한인, 팀을 꾸리기 위해 아이디어 하나만 들고 온 친구였다. 그렇지만 그 친구는 계속 개발자들과 이야기를 하고 다니면서 틈이 보일때 마다 피치를 했다. 그리고 그 대화에서 얻은 자투리 지식을 가지고 다른 개발자들과의 대화 소재로 써먹었다.

내가 python/django를 가지고 개발한다는 걸 알자 이 친구는 잽싸게 5초짜리 피치를 하더니 싱글벙글 웃으며 어깨동무를 탁 걸고 “Would do me a little favor?”라고 한다. (물론 웃으면서 둘러댔다) 피치는 정교하진 않았지만 (아마도) 수백번을 하는 과정에서 간결하게 다듬어져 마치 반들반들한 조약돌같았다.

질문을 하고 보니 아직 팀도 펀딩도 없다는 걸 알게 되어서 김이 샜지만, 모임에서 만났던 사람 중 가장 인상깊은 인물이었다. 이 친구는 끝까지 남았고, 결국 놀기 좋아하는 개발자 4명을 꼬시는데에 성공해 이들을 데리고 Thirsty Bear라는 펍으로 놀러갔다. 행사에 일찍 참석해서 모든 렉쳐를 다 보고도, 파이썬을 모른다는 게 마음에 걸렸는지 결국 네트워킹 시간이 시작하자 자리를 떠난 한 Ruby 프로그래머와는 아주 대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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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젤핵 현장 분위기

앤젤핵 해커톤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도착해보니 20~30명 정도가 개발경험이 없고, 혼자 참가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주최측에서 마련해준 시간을 빌려 짧은 피치를 통해 팀을 모집할 수 있었다. 그러나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상대로 마이크 없이 목소리로만 피치를 해야 했고, 1분이 넘으면 마이크를 든 사회자가 피치를 중단시켰다. 사람들은 형식적인 박수를 치지 않았다. 고민을 하지 않은 티가 나고, 디테일이 떨어지는 피치에는 소리를 내어 웃었다.

몇몇 괜찮은 피치를 한 팀에는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팀이 완성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팀에 들어오려는 개발자들이 정원인 5명을 넘어서 한 팀에 몰려있는 경우, 팀 입장에서는 그냥 아무나 5명을 뽑으면 되는게 아니라 각각의 개발 경력과 주력 언어를 파악해서 어떤 언어/프레임워크를 사용하는 것이 최적인지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틈을 노리고, 아직 개발자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팀에 가서(!) 다시 피치를 했다.

사실 ‘해커톤’이라고 하면 앉아서 코딩만 하는 이미지였는데, 팀을 구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아주 치열했다. 더 놀라운 것은 우승을 포함한 반 정도의 상이 이렇게 현장에서 만들어진 팀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이었다. 우승한 팀은 디자인을 하는 여학생이 현장에서 피치를 해서 만든 팀에게 돌아갔다.

강해서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는게 강한거다. 영화 <짝패>의 대사 그대로였다. 이제 어딜 가서 누굴 만나든 ‘오늘 운이 없다’ 라거나 ‘서로 잘 안맞는다’ 등의 쉬운 생각을 하면서 포기를 합리화 하기보다는 ‘끝까지 버텨서 살아남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싫으면 너가 꺼져!)

Always Ask Myself: What Can I Do?

드디어 미국에 도착! 미국에 오다니 정말 영광이다. 처음에 적응하는 것이 꽤 힘들었지만 이제는 거리와 분위기에 적응해가고 있다.

날씨가 아주 맘에 든다. 옛날에 연수를 갔던 영국 브라이튼의 후줄근한 날씨와 달리 정말 사랑스러운 날이 계속되고 있다.

팀원들도 모두 친절하다. 내 인턴쉽의 중심이 될 금데이타 수집 프로젝트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마이클이 어제 조언해준 것처럼, 주어진 시간동안 더 많은 것을 성취하기 위해 계속 깨어있어야 겠다. 남은 기간 동안 샌프란시스코에만 있는 유니크한 것들을 많이 보고싶다. 가능한 많은 종류의 치토스도 먹어볼 것이다. (…)

일하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

  • 스트레스 받지 말기
  • 간결한 데일리 싱크 하도록 노력하기
  • 우선순위에 맞춰서 일하기
  • 최대한 팀에 기여하기

고등학교 때 버킷리스트를 적어둔적이 있는데 그중에 미국여행이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버킷리스트에 있는 것을 하나하나 완성해가고 있는데, 미국여행은 나이가 지긋이 들었을 때쯤으로 미뤄두려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이뤄질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물론 여행은 아니고 일을 하려 온 거지만, 평일에는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working mind를 조금은 내려놔도 되지 않을까! 그것이 나를 drive 하는 원동력이 될테니. Lab80 모든 팀원들이 서로의 톱니바퀴를 잘 맞물려서 돌아갈수 있도록 내가 많이 노력해야겠다.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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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Goals and Lab80’s, Aligned

서울에서의 한달을 보낸 후 드디어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성공적인 스타트업들의 총 본산이고, 슈퍼 개발자들의 메카인 샌프란시스코! 비록 군복무 중 몇번 미국에 올 일이 있었지만, 이번에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내렸을 땐 기분이 약간 달랐다. 선선한 샌프란의 바람이 정말 맘에 든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Lab80에 무한한 감사를 느끼며 그만큼 헬로머니가 완성되는 데에 최대한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샌프란에서의 이번 한달이 내 인생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순간이 될거라는 직감이 든다.

30살이 되기 전에 직접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싶기 때문에, Bay area의 위대한 기업가들을 만나 그들의 삶의 철학에 대해 배우고, 그들이 이겨낸 역경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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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결승전은 소세지 맥주집에서 독일사람들과 함

물론 숙소에서도 코딩을 할 수 있지만, 이번 샌프란에서의 시간은 아마 그런 멋진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팀에 최대한 기여하는 동시에 스스로의 성취도 놓치지 않는 섬세한 균형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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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일기를 쓰며 생각해보니, 이 두 가지 목표가 사실 그렇게 상반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 마이클과 함께 일하면서 개발자로서 정말 빠르게 성장할 것이고, 네트워킹은 Lab80가 채용을 하거나 광고를 할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당장 다음주부터 이 두가지 목표 간의 균형을 잡는 법을 배우고, 더 나아가서 둘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7일이 지나고, 25일이 남았다. 아쉬움 없이 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