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7 - 일라이와 보낸 일주일

미국에 와서 내 한몸 챙기기 바쁘던 중, 서로 챙겨야 할 동반자가 생겼습니다.

This is Lab80’s daily journal from our trip to the SF Bay Area to test prototypes of Hello Money. See all entries.

일주일간 희선+라이언님의 집에서 지내면서, 대신 그집 개 일라이를 돌보기로 했습니다. 전 지금까지 개를 키워본 적이 없었던 터라, 드디어 ‘잔디밭 위에서 개와 함께 프리스비를 던지며 노는’ 미국스러운 여가를 체험해 보겠구나 라는 생각에 신이 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라이와 함께한 시간은 자기수양에 더 가까웠습니다.

일라이는 일정변화에 민감해서, 산책할 시간이 지나면 제가 일하고 있는 곳으로 와서 드러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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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이 끝나고 발을 닦아주지 않거나, 밥을 챙겨주지 않으면 절 빤히 쳐다보면서 꼬리를 흔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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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피곤한 날이라도, 아침 저녁으로 일라이와 산책을 하는 덕에 시차로 인해 사라졌던 시간개념이 다시 생겼습니다. (What time is it now? It’s Eli o’clock.) 일라이가 불편해 한다면 제가 뭔가를 잊고 있다거나 게으르게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라이의 모습이 저를 반영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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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도그 파크로 산책을 나가면 더 분명해집니다. 개와 주인이 서로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도그 파크에 산책을 나간 첫 날, 수염을 기르고 덩치가 큰 남자가 나와있었는데, 미니핀이 일라이를 보고 낑낑대자 덩치에 안어울리게 머쓱해 하며 ‘Sorry, she’s nice, a little bit scared.’ 라고 말하더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습니다.

'’여기 오면 소셜라이징이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다음날에도 도그 파크에 갔는데, 이번에는 거칠게 생긴 세퍼드가 가만히 있는 일라이에게 맹렬히 짖어대자 주인이 오더니 한 마디 말도 없이 쿨하게 파크 다른 쪽으로 가서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혼자 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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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의 진짜 성격을 빨리 보고 싶으면, 그 사람의 개를 보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지난 일주일간 일라이와 제가 얼마나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지 경험하고 놀랐기 때문입니다.

일라이를 도그 시터에게 맡기고 온 다음날, 저는 11시 반에 일어났습니다. 평소같으면 일라이를 산책시키고 나서 밥을 먹을 시간인데…. 아무래도 일라이가 절 돌봤던 게 맞는것 같습니다. 일라이 생각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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